머리글

삶의 여정은, 각 순간에 따라 뒤바뀌는 과정과 결과과 연속적으로 이어져 보여주곤 한다. 어떠한 한 방점은, 새로운 중요한 시작을 알려주는 기회가 되거나, 혹은 그 자체로 과정의 한 부분이 되기도 한다. 나의 발자취에서 한 방점이 된 아침에 남긴, 이전 블로그에 남긴 마지막 글을 인용하며 서재의 머리글을 열고 싶다.

쾰른 대성당이 보이는 호텔에서의 아침, 몇일간의 크레타의 여정을 뒤로 한 느낌을 가지고 침대에 걸터앉아 이 글을 적고 있다. 새벽에 맑은 정신으로 이렇게 글을 적은 적이 얼마만의 일인가 생각 해 본다. 반성과 같은 일을 하자고 하는 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바쁘게 살았었다는 변명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오랫동안의 일들이 스쳐 지나가듯이 나를 흘러가버렸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추억은 때로는 뚜렷하게 때로는 흐릿하게 무언가를 조명한다. 나의 인생 한 부분에서 차지하던 중요한 순간들이 점차 흐려지는 기억 저 편으로 넘어가지만, 그것이 사라짐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고 있다. 지금 이 여행에 이르러서야 지난 3년간의 일들의 방점을 찍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어쩌면 지금 여행이 나에게 주는 충만함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제 짧기도 길기도 했던 휴식이 끝나고, 현실로 되돌아올 시간이다. 낯설음이 낯익음으로 바뀌기 전에.

2017년 9월 30일, 구글 블로거에 남긴 마지막 글
Link: https://goraion.blogspot.com/2017/09/blog-post.html


내가 좋아하는 ‘비전공적 글쓰기‘는 단순히 나의 삶의 자취를 남기는 것 이상으로 나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생각은 흐르는 유체와 같아서, 잡으려고 하더라도 완전히 잡히지 않으면서 그대로 놔두면 큰 길을 따라 흘러가고 마는 특징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삶 속에서 적당한 계기로 인해 남겨두는 약간의 정제를 통해 투고되는 이러한 형태의 글들은, 그 형태를 준비하는 과정 중에서도 스스로에게 여러 물음을 던지곤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 새로운 공간을 구성한 다음 처음 남긴 글을 인용하는것 역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공간의 구성을 원한 것은, 어쩌면 단순히 나의 물리적인 삶의 공간이 바뀌었는 것을 반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저변에 단순한 변화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고 믿는다. 조금은 더 체계적이고 조금은 더 깊이가 있는 글쓰기를 해 보고 싶다는 바램도 일부 없지 않아 있다. 이렇게 새로이 구성한 공간에서 조금은 담담한 이야기의 시작으로 느린 나의 생각들을 기술해본다.

잔잔한 이야기로 새로운 시작을 알리다
Link: https://library.edamyrepo.com/2019/01/20/잔잔한-이야기로-새로운-시작을-알리다/


‘나’라는 사람이 거쳐온 가상공간의 서재들은 그 종류가 다양하나, 나름의 큰 영향을 미친것은 이글루스와 구글 블로거에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글을 공개된 공간에 남겨두는것에 대한 주의사항을 알게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던 것을 상기하면서, 최근 많은 SNS서비스 등에 짧막하고 빠른 소통에 관심을 두지 않는 이유를 얼핏 남겨둔다. 아마도 이글루스에서 구글 블로거로 넘어갈때 나름대로 언급한 이 글 역시 ‘나’라는 사람에 대한 또 다른 참조사항이 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