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명소들만을 둘러보는 여행을 즐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경험적인 제약으로 인해서 여행을 떠나보면 막상 명소를 중심으로 움직이게 되는 것 같다. 약 3주간의 이태리 여행을 기획하는 지금에 와서 내가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보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을 때, 막상 할 수 있는 말이 그다지 많지 않다. 결국, 이태리에서의 첫번째 (비교적) 규모가 큰 여행은 굵직굵직한 이태리의 전반적인 모습을 볼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다. 많은 부분을 부인에게 위임한 다음에, 나는 약간의 상념적인 자유를 얻어 나의 내면의 요구를 스케치 해 본다. 전반적인 여행은 나폴리에서 시작해서 로마, 피렌체, 밀란, 베로나, 그리고 베네치아로 점차 북부지역으로 이동하면서 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나만의 여행은 어떤 것일까, 나의 색채는 어디서 나올 수 있을까.
여행은 이미 시작되어 있다. 여행은, 여행의 계획부터 시작이다. 이러한 구분에서는 여행지로 향하는 것은 전반적인 이야기의 절정에 해당되는 것 일 뿐.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나의 마음속에 질문을 던져 보았다. 제약된 경험과 지식 속에서 3주간의 긴 기간동안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 것인지. 최대한 많은 명소와 명작을 본다는 것은 나에게는 알찬 여행이 아니다. 알찬 여행은, 그 문화를 이해하고, 최소한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 그 목표, 그 색채가 무엇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그렇기에 이런 글을 쓰면서 스스로를 정리하는 것 아닐까. (기회가 닿는다면) 나만의 색채가 있는 여행을 한 번 정리해보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저자 타치바나 타카시처럼, 본인만의 진한 향기가 남는 그런 여행을 겪어보고 기록해보고 싶다. 이번 여행도 늘 그렇듯, 그런 여행이 될 것이라는 기대에서 시작해본다. 아래는 이번 여행에서 내가 생각하는 중요한 가치들을 생각나는대로 나열 해 본 것이다.
첫 번째는, 부부가 함께하는 큰 행사로서의 가치이다. 이는 여행을 계획하고 수행하고 여러가지 일들을 행하면서 홀로 모든것을 감내하는 것이 아닌, 둘이서 서로 지탱해주면서 우리의 목표를 향해 지향하는 것 아닐까. 그 속에서 서로에게 배울 것들을 배우며 조금 더 깊은 이해와 함께 배움의 자세도 함께 해 본다는 것은 매우 아름다운 경험이라 생각한다. 어디 좋은 곳을 다녀왔다고 스스로가 뿌듯해지기 위해서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자랑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이는 우리 둘의 가슴으로 느끼고 공유하는 그런 기쁨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명승지 위주의 여행이 될 지어라도 여행에는 테마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테마가 “이태리 전국 일주” 라거나 “이태리 명승지 관광”처럼 방대하면서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않게 되면 유명무실한 테마가 아닌가. 논문의 제목을 정할때와 같이, 어떠한 테마가 있다면 그 테마는 충분히 자세해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와중에 내 마음속에 상식에 기대어 르네상스와 바로크와 관련된 키워드를 고민해 볼 예정이다.. 해당 키워드를 묶어서 어떻게 테마화 할 것인지는 나중 글에서 논하도록 하겠다.
세 번째는, 새로운 지적 자극을 찾는 여행이다. 개인적인 경험에 빗대어 생각해본다면, 몇일 푹 쉬어 주는 것 보다는 나에게 새로움을 주는 경험을 하는 것이 휴식에 의한 효과가 극대화 되는 것 같았다. 현실에서는 새로운 경험을 찾는 노력과 그런 경험을 누리는데 상당한 규모의 금적적 투자가 필요하게 되므로 대다수의 이러한 지적 자극효과는 도서나 인터넷을 통한 간접적인 체험인 경우가 많이 있다. 이번 여행은 그러한 간접 경험이 아닌 나에게 진한 여운을 남겨줄 직접 경험이다.
네 번째는, 생각이 성숙한 다음에 본격적으로 하는 첫 여행이다. 개인적으로 여행은 자주 다녔던 것 같다. 특히 20대 중반에 들어서 1년간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오면서 부터 여행에 대한 생각이 부쩍 늘어서 시간이 날 때마다 다녀왔던 것 같다. 이후에 학회참가를 기회삼아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문화와 사는 모습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했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나 스스로에게 늘 좋은 여행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을 해 왔던 것 같다. 여기에 대해서는 (기회가 된다면) 또 다른 글타래를 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30대가 된 시점에서, 또 새로운 곳에서 약 3년간 지내는 그 시작지점에 서서 약 3주간의 여행은 이 나라를 이해하는데 그리고 조금은 성숙된 스스로의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좋은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이 모든 이야기들을 요약 해 본다면, 내가 앞으로 행하게 될 생각과 그 분류 속에는 분명히 위에서 생각했던 (혹은 생각하지 못했던) 항목들을 잘 되새기고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혹은 때로는 역사에 몸을 내던져서 정신없이 자극받아 볼 수 있는 그러한 여행이 될 수 있도록 잘 생각하고 움직이자. 여행은 이미 시작되었다. 여행속에서 만날 다양한 발견과, 지혜로서 승화되는 일련의 지적 경험들의 조합은 여행의 시작점에서 예상하지 못하는 방향이지만 평균적으로 결정되기 마련이다. 우연한 공간에서 갑작스러운 감동으로 눈물을 흘려보고, 소나기가 쏟아진 다음 구름 사이로 살짝 새어나오는 햇살을 보기도 하고, 햇빛에 반사되는 물결을 하염없이 보기도 했던 그 기억을 떠올리며, 새로운 여행에서 나는 무엇을 가슴에 담을 수 있을지 두근거리며 상상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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