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zzogiorno, the sun is started to fall

 
  이탈리아 남부에서 생활하고 있으면서 내가 생각했던 유럽의 모습 혹은 일반적으로 상상하던 아름답고 풍요로운 이탈리아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른 지역경제를 보고 있으면, 늘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왜 이렇게 한 국가 내에서, 한 도시 내에서도 삶의 모습이 극단적으로 달라지는 것일까.
 
  지난번 글에서 기술한 것 처럼, 나폴리의 시가지의 이모저모를 보다보면 한 때 부유했던 나폴리를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외국인의 경우 이와 같은 모습은 주로 유적지들의 존재와 함께 전체적인 도시 이미지가 중요한 것인데, 나폴리 중심 관광지구라 할 수있는 Toldedo와 Lungomare의 경우에는 굵직한 성 뿐만 아니라 곳곳에 중세 저택들과 궁전들이 널려있고 현재의 고급 백화점 기능을 하던 오래된 갤러리아, 그리고 예로부터 유명한 Santa Lucia와 그 옆에 있는 Mergellina 항만에 정박된 각종 요트까지. 여기에서 나폴리의 소문이 그리 좋지 않을까 질문한다면 딱히 할말은 없을 듯 하다. 나폴리에서 살고있는 필자의 소견으로는 의외로 주요 관광지구의 치안수준은 나쁘지 않다는 느낌. 소매치기와 같은 범죄들은 관광객 수에 비례해서 일어나는 법이니, 로마나 피렌체등 주요 관광도시에 비해 관광객을 노리는 범죄의 숫자는 오히려 더 적을지 모른다. 물론, 이탈리아에서는 어디든 마음의 고삐를 놓으면 안된다.
 
  하지만 관광지구에서 조금만 벗어나기 시작하면, 점차 heterogenous하다는 필자의 말이 와닿기 시작할 것이다. 많은 역사적 건축물들의 유지보수는 엉망인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지역별 부의 격차는 극단적이어서, 필자가 살고 있는 보메로 지구의 경우 나폴리에서 손꼽힐정도로 시설 정비가 잘 된 곳이고 일종의 고급 중심가를 형성하다보니 아이들 데리고 가족이 함께 나들이 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냥 여타 다른 유럽도시에서 안전하고 평화로운 그런 모습이다. 반면에 나폴리 중앙역 (Garibaldi Station)을 기점으로 그 동쪽의 지구들의 어두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떻게 한 도시 내에서도 이렇게 완벽한 대비를 보일수 있는지 궁금해질 정도로 환경이 좋지 않다.
 
  필자가 이 글을 처음 쓸 때만 하더라도, 이러한 극명한 대비는 단순히 나폴리 전체의 수입에 기점을 두고 글을 풀어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정도 시점이 된 지금에 와서 생각을 해 보면, GDP비교로서 나폴리의 경제적 부족함을 나타낼 수 있겠으나 반면에 (필자가 느끼기에) 나폴리 지역의 상업적인 역동성은 설명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역동성은 적절한 수준의 관광객 뿐만 아니라, 남부 지역들에서 이루어지는 상거래에서 나폴리가 차지하는 위치에 기반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만, 아직까지 주제를 잘 발구해서 이야기하기에는 필자의 지역 이해도가 무척 떨어지므로, 해당 글 에서는 경제적인 궁핍을 위주로 진행하도록 하겠다. 언젠가, 나폴리의 역동성과 발전가능성에 대해 글타래를 열어 필자의 시각을 공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필자와 같이 경제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지 못한 사람이 어설프게 접근하다보면 잘못된 정보의 발굴 및 결과를 가져오기 쉽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본 글에서는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을 최소화한 채 신뢰할 만한 자료들을 풀어보는 형태로 기술해보았다. 미디엄의 장점을 활용하여 이런저런 이미지를 삽입할까 싶었지만, 아무래도 저작권 문제가 마음에 걸려 두 자료를 제외하고는 모두 링크로 대체하였다. 주로 지역별 GDP자료는 eurostat을 참고하였고, 아티클들은 이코노미스트지와 남북부 지역감정에 관한 이탈리아 논문을 번역해둔 사이트를 참고하였다.
 
Economist의 기사에서 발췌한 이탈리아 지역별 인구, GDP등에 대한 비교

  해당 지도는 다음 이코노미스트 기사에서 발췌한 것으로서, 조금 더 확실하게 와닿기 위하여 다음 이코노미스트 기사를 링크해둔다: Southern Italy’s ills: The meassy mezzogiorno. 여기서 mezzogiorno란 정오라는 의미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남부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지도를 보게 되면 각 색깔별로 주별 인구밀도 (초록색 바탕), 2006년도 1인당 GDP (흰색바탕), 그리고 실직자수 (붉은색 바탕)으로 표현이 되어 있는데, 북부의 자료가 나오지 않았으므로 큰 임팩트는 없어 보이지만, 이탈리아 전체 평균과 비교할때 2/3에도 미치지 못하는 남부의 1인당 GDP를 보면 전반적으로 낙후된 남부의 상황을 쉽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GDP로는 충분한 경제상황의 대변이 되지 않으나, 같은 정치 시스템하에서 압도적인 GDP차이는 충분히 그 근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탈리아의 지역별 GDP및 지역별 GDP per capita. 해당 자료는 europa의 리포팅에서 발췌하였다.

  해당 자료의 경우 europa에서 나온 리포트로서,  2011년 기준 유럽 국가들의 GDP및 GDP per capita를 기술한 도표에서 이탈리아 부분만을 발췌하였다. 보다시피 이탈리아 전역의 1인당 GDP는 약 26,000유로로서 그 당시 환율기준으로 약 33000$에 달한다.  2011년도 기준 한국의 1인당 GDP는 약 20000$로서 한국과 1인당 GDP차이는 1만달러 이상 차이난다. (2014년 현재 이 갭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이탈리아 북부의 경우 북서부, 북동부 모두 31,000유로 정도로서 평균치와 비교를 해 본다면 약 5,000유로, 다시말해 연간 700만원 정도가 이탈리아 전체 평균에 비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재미있게도, 로마가 있는 이탈리아 중부의 경우 약 28,000유로로서 전체 평균보다 약간 높은 편이다. 반면에 Sud로 대표되면 이탈리아 남부 — 캄빠니아, 바질리카타, 카라브리아, 아푸리아, 시칠리 — 그리고 지중에 가운데 사르디니아섬을 다 합친 경우 (코르시카 섬 아래쪽) 약 17,000유로 정도로 북부에 비해 55%에 불과한 것을 알 수 있다. 조금 오버해서 말하면, 남부와 북부의 1인당 GDP가 2배나 차이난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일까? 무엇이 이탈리아의 경제를 이렇게 양분해버린 것일까?

 
  구글링을 통해서 몇 가지 자료를 찾아보면, 두 가지 줄기가 나온다. 첫 번째 줄기는 역사적인 흐름으로서, 19세기 들어 이탈리아라는 국가가 생성되기 전까지는 남부와 북부는 별개의 존재에 가까웠는데, 남부의 경우 각 국가들의 각축전들이 오랜기간 벌어지다보니 발전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두 번째의 줄기는, 공업화를 이용한 경제의 폭발적인 성장을 북부는 이루었지만 남부는 이루지 못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제적인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하여 1950년부터 시작된 cassa per il mezzogiorno와 같은 정부 주도 지원사업이 활발했으나, 거의 대부분이 실패로 끝나고 여전히 이탈리아 남부는 유럽에서 가난한 지역, 이탈리아 북부는 유럽에서 손꼽히는 부자지역으로 분리되었다는 이야기다. 위에서 mezzogiorno의 경우 정오를 의미하는데 여기서는 남부 이탈리아를 의미한다.
 
  그럼 왜 이런 여러가지 지원사업들이 모두 실패하고, 결과적으로 남북부간의 지역감정만을 부추겼을까? 필자의 어설픈 지식으로 여기에 대한 답변을 스스로 내리는것에 대해 경계하고, 다음의 링크들을 이용하여 이 글을 마무리짓도록 하겠다. 특히 정병기 서울대교수의 두 번역글은 이탈리아 남북부의 갈등을 살펴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보고 있는 요소는, 이탈리아의 정치상인데 각종 부패에 노출된 전 총리 베를루스코니가 정계를 잡고 있는 기간은 총 18년에 달하고 있다. (중간중간 실각을 겪었지만 약 10년이 넘는 시간을 정계의 중심에 있었다) 새로이 올라온 젊은 총리, 렌치의 지도력 하에서 앞으로 변해나갈 이탈리아의 모습을 보며 과거를 반추해 보는 것도 좋은 접근방법이라 생각한다. 언젠가 역량이 닿으면 새로이 글타래를 열어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 볼 예정이다.
 
  필자가 느끼기에 이탈리아의 중요한 이슈중 하나는 인재의 해외유출이라 생각한다. 이탈리아 역시 유럽연합소속의 국가로서 -흔히 말하는 쉥겐 조약을 맺은 국가중 하나- 프랑스 및 독일과 같이 경제력이 튼튼한 국가로의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물론 언어가 다른 문제가 있지만, 프랑스와 같은 경우 언어를 배우는 것 역시 큰 문제는 아니다. 결과적으로 이탈리아의 경제 위기 이후 이들 국가로 유출되고 있는 인재들의 양은 상당하고, 이들의 비중은 비교적 가난한 남부지역에서 더 가속화 되고 있는 것 같다. 통계자료를 직접 확인해보지 못했지만, 영국 가디언지의 한 기사 (2011년)에 따르면 과거 10년동안 58만명의 거주민들이 경제적 위기와 빈곤으로 인하여 남부지역을 떠났다고 한다. 2010년 한 해동안 134000명의 사람들이 북부이태리로, 13000명의 사람들이 해외로 나갔다고 한다. 통계적 자료의 전체 유동인구가 고려되어 있지 않아서 쉽게 이야기할 수는 없으나, 기사에서 나타나는 어조를 고려해보면 전체 유동인구 비율에서 상당히 유의미한 수준으로 파악된다. 그리고 그 이유로 2011년 한 해동안 예상되는 (기사는 2011년에 게재되었다) 북부 이탈리아의 경제성장율은 0.7%임에 반해 남부는 0.1%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필자가 궁금해서 월드뱅크 홈페이지에서 2011년 경제성장율을 확인해보니 이탈리아의 경제성장율은 0.4%, 그리고 2012년 2013년은 -2.4%와 -1.9%를 각기 기록하고 있다. 같은기간 한국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각기 3.7%, 2.3%, 3.0%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에 있을때 늘 ‘경기가 안좋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는 터라 정말 이탈리아 국민들 입장에서, 특히나 남부지역의 주민들 입장에서는 어떤 기분인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최근들어 이탈리아 북부에서 분리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진다는 이야기가 각종 뉴스매체 및 위키피디아에서 거론되고 있다. 문화나 역사의 차이점을 지목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그 근간은 바로 지속적인 남부에 대한 경제 원조에 대한 부담이 아닐까. 하지만, 분리주의가 실현되었을때 그 여파는 과연 남부에만 미칠 것인가. 

PS. 해당 글은 구글 블로그에서 드래프트 버전으로 제작되었다가 http://medium.com/@goraion 에서 완성되었습니다. 이후, 미디엄에서 구글 블로거로 이사오면서 다시 가져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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