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Napoli)의 전경, 산타 루치아(Santa Lucia)항과 쌍봉처럼 보이는 베수비오(Vesuvio)화산이 보인다. 해당 화산은 나폴리를 감싸고 있는 두 화산 중 하나로서 (다른 화산은 Campi Flegrei라 함) 폼페이(Pompei)를 재로 뒤덮은 주인공이다. 해당 사진은 보메로(Vomero)지구의 Sant’Elmo성 위에서 찍은 사진. |
시작하는 글: 정겨움과 역동성이 가득한 아름다운 도시, 나폴리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할까”라는 생각에 이리저리 궁리를 해 보았지만, 역시 이탈리아 여행의 시작지역이자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의 나폴리가 적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각도가 다양하지만, 이 글은 반년 정도 나폴리에 거주한 기준으로 작성한 것으로서 시간이 지나면서 인상이 바뀔수도 있다는것을 미리 밝힌다.
나폴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건물간 빨래건조대. 자매편으로 바구니에 돈을 넣어서 위에서 내리며 물건사는 사람들도 있다. |
개인적으로 나폴리의 상황을 표현하자면 heterogeneous 라고 표현하고 싶다. 원전은 어디있는 지 몰라도 어디선가 누군가가 이런 단어로 나폴리를 설명하는 것을 들었거나 보았거나 했었다고 짐작한다. 그리고 이 단어만큼 나폴리의 상황을 잘 대변하기도 쉽지 않다는 느낌이다. 도시의 중앙역인 가리발디(Garibaldi)나 나폴리의 두오모(Duomo)근처를 보면 상당수의 흑인 및 경제적 약자들의 구걸 혹은 노점상이 즐비한데, 문제는 이 숫자가 상당하다보니 통행하는 사람에게 심리적인 위협을 주는 것 역시 사실인 것 같다. 또한 몇 몇 지구들은 카더라 통신에 의하면 지역 사람들 조차도 다니는 것을 꺼려하는 곳이 있고, 필자 역시 그 지구에 뭣모르고 사진찍으면서 여행자 티를 팍팍내고 다니다가 왠 아주머니가 아시아 사람이 그러다가는 큰일난다고 조심하라는 조언을 듣기도 했었다. 또한 시 재정 부족으로 인한 도시정비가 제대로 되지 못하여 나폴리 곳곳에서 작동되지 않는 티켓 판매기, 자판기, 혹은 티켓팅용 장비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로 인하여 티켓 오피스가 운영되지 않는 시간대이면, 어디선가 수십-수백장을 구입해온 사람이 티켓들을 판매하는 (그나마 정가에 판매한다) 웃지못할 사건들도 많이 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해 놓고 나면, 나폴리는 비록 그 오랜 명성에 비해 여행하기 좋지 않은 도시일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필자 역시 그랬으니까. 하지만 세상은, 어두운 면이 있다면 밝은 면도 있지 않는가. 이러한 모습만 있다면 나폴리는 어둠에 휩쌓인 도시이지 결코 위에서 언급한 heterogeneous 와는 거리가 멀다.
주요 관광지구와 고급 주거지의 경우 지속적인 유지보수와 관리로 질적으로도 좋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보메로(Vomero)와 같은 지구들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평화로운 유럽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의외로 쓰레기도 적고, 사람들도 많이 오고가지만 의외로 부유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시가지의 모습이다. 물론 부유한 지구라고 해서 방심은 금물이다.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개똥이 당신의 발바닥에 아름다운 향기를 묻혀놓을테니. 길거리 곳곳에 지금은 옛 이야기가 되어버린 오래된 교회와 고서적점등이 감성을 자극한다. 단테 광장 (Piazzale Dante)에서 주변을 둘러보면, 스파카 나폴리와 함께 그 옆의 한 외진 길 처럼 보이는 허름한 라인을 따라 운치있는 고서적들이 이어진다. 여기에는 (이탈리아어만 안다면) 각종 서점들을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오래된 흑백사진 엽서등도 판매한다. 오래된 타자기, 그림엽서, 나폴리의 오래전 광경들을 보면서 옆쪽 길로 조금 내려가면 나폴리를 가로지르는 스파카 나폴리가 나온다. 나폴리의 오랜 시가지로서 현재로서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쏟아지나가는 유명한 길 중 하나이다. 여기서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나폴리의 중심 관광지구인 톨레도(Toledo)가 나오는데 톨레도역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지구들에 있는 궁전, 오페라 극장, 갤러리아, 그리고 각종 가게들을 보고 돌아나와 나폴리 해안가(Lungomare)에 도착해서 저너머에 보이는 산타루치아(Santa Lucia)항구와 메르젤리나(Mergellina)항을 보고 있는다면 오래된 나폴리의 격언이 생각나기 마련이다:나폴리는 보고 죽어라! (Vedi Napoli e poi muori!)
여행객의 입장에서 비교적 저렴하면서 맛있는 나폴리의 음식들이 매혹적일만 하다. 베네치아의 바가지 (특히 산마르코 광장 근처), 피렌체의 여행객을 위한 공장과도 같은 뜨라또리아들, 그리고 넓은 로마에서 헤메이다가 중앙 관광지구에서 먹는 복불복 메뉴 레스토랑들과 나폴리의 식당들의 차이는 그 정겨움이 아닌가 싶다. 일단, 중앙 관광지구를 제외한 식당들은 나폴리 주민들을 위해 차려져 있고 트라또리아에서 적당한 레스토랑을 갔을때 나오는 가격도 위에서 언급하는 바가지 지역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할 수 있다. 필자의 체감으로는 (레스토랑 기준) 30-50%정도가 아닌가 싶은데, 이 보다 더 큰 요소가 있으니 그 유명한 나폴리 피제리아!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몇 몇 식당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맛있는 피자 한판을 3-4유로 정도 가격에 먹을 수 있다. 물론 자리값(Coperto)가 보통 1.5유로 정도 붙으니 실제로 지불하는 금액은 5유로 정도라 생각하자. 바가지 베네치아들처럼 자리세에 VAT별도라고 외치는 나쁜짓을 하는곳은 잘 없으나, 완전히 없지는 않다. 스파카 나폴리나 보메로 근처의 몇몇 유명한 피제리아는 여기에 2-3유로는 더 나간다고 생각하면 되지만, 맛없는 피자 한판에 10유로씩 받는 북부 이탈리아에 비하면 이게 어디랴.
나폴리에서 꼭 먹을 음식 두가지를 고르라면 캄파니아 주의 대표주자 버팔로 모짜렐라(Mozzarella di Bufala)와 에스프레소 커피가 있다. 일단 커피이야기는 따로 글타래를 풀 예정이므로 여기서는 나폴리의 에스프레소가 유명하다 정도만 언급하고 넘어가겠다. 그 이름도 황홀한 물소 모짜렐라 치즈는, 필자가 나폴리에 도착해서 우연히 트라또리아에서 전채요리로 (뭣도 모르고) 이를 시켰다가 그 맛에 반해서 반년이 넘는 지금까지 가장 좋아하는 나폴리 음식중 하나가 되어 있다. 물소에서 나오는 우유와 일반 우유를 적절히 섞어서 만들어 소금물에 넣어 판매하는데, 간단한 토마토등을 곁들여 생으로 먹는다. 이 때의 그 고소함과 식감은 이루 표현할 데가 없다. 만약 우유로 만들어져 한국으로 수입되는 모짜렐라를 생각한다면 큰 오산! 필자의 여행 경험상 버팔로 모짜렐라를 중부 로마나 북부 도시들에서 일부러 사먹어보았을때 신선도의 차이로 인해서인지 본연의 맛을 느낄 수가 없었다. 들어보니 물소의 수량 부족으로 인해 대부분의 물량이 캄파니아 주의 근처에서 소모되고 전국적으로는 우유로 된 모짜렐라를 주로 먹는 듯. 만약 전채요리로 이를 사먹는것이 부담을 느끼는 여행객이라면 적당한 마트나 치즈가게등에 가서 직접 사서 따로 먹는것도 좋다. 꼭 di Bufala를 확인해야 한다. 보통 250그람이나 500그람 단위로 파는데, 대략 100g당 1유로 전후의 가격이라면 충분히 좋은 모짜렐라이다. 이외에도 나를 매혹하는 수많은 음식들이 있지만 여기에는 나폴리를 소개하는 들어가는 글이므로 새로이 글타래를 열어 나폴리 주거민의 입맛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피자가게들, 파스타, 에스프레소 등등.
나폴리는 이탈리아 남부 캄파니아(Campania)주의 주도에 해당되는데 일단 나폴리의 낮은 경제상황은 이탈리아 남부 전체의 경제상황에 크게 의존되어있다고 생각된다. 이탈리아 경제는 유럽내에서도 강한 편이지만, 북부에 그 부가 집중되어 있다 보니 사람들이 인지하는 (밀라노와 같이) 유명하고 잘 사는 도시들은 대부분 북부에 위치해있다. 이탈리아 중부로 오면 점차 대규모 농장 지역과 함께 르네상스, 바로크의 중심지였던 중요 관광지구 플로렌스(피렌체)와 로마가 있다. 이 근처 토스카나 지방 등의 경우만 하더라도 북부의 공업지역과는 달리 농업으로 유명하고, 의외로 고부가 가치 상품들이 많이 생산되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남부인데, 남부에서는 특별히 발달한 공업도 없고, 그렇다고 대규모로 생산될 수 있는 고부가 가치 상품도 그다지 많지 않고, 북부-중부에 비해 관광객도 비교적 적게 찾아온다. 물론, 나폴리 인근의 유명한 휴양지야 수많은 관광객들이 다녀오지만 남부 전체 규모와 중부 혹은 북부 전체 규모를 생각해보면 큰 차이가 있다. 결과적으로, 상대적으로 중-북부의 경제에 비해 남부의 경제는 많이 뒤떨어져 있고, 여기에 덧붙여 지역감정등으로 인하여 북부에서 남부의 경제원조역시 원할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이다. 조금더 자세한 이탈리아 지역별 부의 차이에 대해서는 다른 글타래를 참조하도록 하자.
나폴리는 상당히 역동적인 곳이다. 도착하기 전에 필자는, 남부 이탈리아의 경제상황이 좋지 않음에 따라 나폴리의 모습 역시 죽어가고 있는 거대 도시쯤으로 생각하였으나, 곧 잘못 생각함을 깨달았다. 의외로 전반적인 경제는 안정되어 있고, 나폴리가 속한 캄파니아 (Campania)주의 중심 기능으로서, 그리고 남부 여행의 중심지로서 각종 행사들이 이루어지고 있고, 각 골목 골목마다 관광객들과 지역 주민들이 섞여서 여러가지 경제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한, 나폴리 자체의 인구밀도도 무척 높은 편이다보니, 각 골목 골목마다 늘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몇 개월동안 살면서 자주 지나다니는 골목에서 새로운 가게나 공방을 찾을 수 있는것 역시 나폴리의 매력 아닐까. 이런 연유로, 필자의 경우 나폴리를 나타낼 수 있는 두번째 단어를 선택하라면 역동성을 말한다.
Lungomare에서 이루어지는 보드축제의 한 코스 모습. 여기와 톨레도 인근의 광장등에서는 심상치않게 축제들이 이어지는것을 볼 수 있다. 시원한 맥주 한잔과 함께 축제와 사람을 구경하는것도 나폴리에서 느낄수 있는 정겨운 일들. |
나폴리 이야기를 하다보니, 참으로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여기에서는 이만 줄이도록 하겠다. 여건이 된다면 다음과 같은 내용들에 대해 따로 글타래를 열고 싶다: 음식과 간식들, 관광지구, 고전적인 느낌의 광장들 (단테 광장 등). 그리고 나폴리를 중심으로 손쉽게 갈 수 있는 폼페이, 소렌토, 아말피 등과 같은 지역과 섬 3형제 카프리, 프로시다, 이스카 섬들에 대한 이야기는 아무래도 또 다른 글타래로 풀어나가는게 좋지 않을까 싶다.
+. 해당 글은 draft버전으로 블로거에 게시하였다가 미디엄으로 옮겨 조금 더 완결지었고, 다시 이곳으로 이전해오면서 여러가지 요소에 대해 편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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