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문 드문 글을 올리는 게으른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한번씩 생각나는 것 중에 하나가 방향성이다. 여러가지 목표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분들이 있지만, 나의 경우에는 자기완성에 향하는 한 걸음으로 글을 선택하고 수행하고 있다. 여기서 언급하는 글이란, 완벽한 형식을 맞춘다기보다는 본인의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이 윤곽을 드러내는 그 방법 자체가 되지 않나 싶다.

  필자의 본인의 잣대로서, 크게 세단계로 구분짓고 글을 적고 있었다. 그 첫번째 단계는 하루의 한 토막의 글을 적는 것으로서, 주로 본인 스스로 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었다. 철학은 거창하지 않은데, 그것을 수행하는 것은 꽤 긴 시간이었지 않았을까. 이제 7-8년 전이었을 것 같지만, 그 당시 다이어리에 조금씩 적던 글들이 스마트폰이 나오고 난 다음부터 아이폰 앱을 통해 적고 있다. 아무래도 디지털화된 자료들이 관리하기 편하다는 생각이긴 하지만, 사실 이런 글들은 나중에 시간내서 태그관리를 해두지 않으면 참고자료로서의 가치도 급감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단 쓴다는 그 자체가 스스로가 세상을 바라보는 창에 대해 구체화시키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므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다.

  두번째 단계는, 정적인 투고를 염두에 둔 글쓰기이다[1]. 이는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위에서 적은 글들은, 약간의 정형화를 거쳤긴 하지만 큰 범주에서 정리되지 않은 지식고리와 같이 작용하는 경향이 짙다. 이를 한번씩 정리하여 주제별로 조금씩 긴 글을 적는 것을 이야기한다. 다시말해 첫 번째 단계에서 생성한 한 토막의 글들을 연결한다는 의미가 되겠지만, 짧은 글이라도 적어보면 그 뼈대부터 다시구성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보니 단순히 글과 글을 나열한것과는 전혀 다른 효과이다. 이 즈음에 있어, 해당 글에 해당되는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게 되는데, 이런 과정은 스스로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기본 영감을 얻은 한 토막의 글들과 관련된 여러가지 자료없이는, 체계화된 글을 쓸 수 없는 것은 사실이고 글의 방향으 본인의 독선적인 생각 안에서만 움직이고 전혀 현실성없는 자기완성과는 거리가 먼 방향이 될 것이니 말이다.

  이렇게 본인이 원하는 수준의 한도 내에서 이런저런 자료와 연관성을 짓고 글을 정리하다보면, 뭔가 부족한 느낌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자료의 취사 선택부터 모든 것들이 본인의 입맛대로 움직이기 시작하니 발생하는 문제인것 같은데, 이로 인하여 세번째 단계는 상호작용가능한 글쓰기(interactive writing)을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사실상 이 블로그는 이 세번째 단계를 염두에 둔채, 정적인 투고를 하고 있는 장소가 되고 있다. 사실 많은 손님이 없는 블로그는 상호작용에서 거리가 먼 것은 사실이고, 또한 글을 적으면서 수립한 본인의 행동철학 역시 성숙해질 필요가 있는 시점이므로 이런저런 여유를 두고 행동하는 것은 사실이다. 조금 더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게으른 글쓴이 정도가 되지 않으려나.

  이렇게 나름의 세 가지 단계와 글쓰기에 대한 이유를 적어보았는데, 역시 이런것보다도 ‘빈도수’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게 아닌가 싶다. 정확히 말하자면 특정 항목에 대한 글의 빈도수. 필자의 블로그에야 이런 빈도수를 따지기에는 터무니 없이 작은 글이 등록되어있지만, 필자가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한토막의 글을 적는 디지털 노트의 경우 아티클이 약 2천개 – 10자에서 1000자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 그리고 조금 더 정형화된 글을 적는 곳에는 약 500개의 아티클이 존재한다. 사실 글을 적을때는 다른거 신경 안쓰고 일단 적고 보는 타입이다보니, 한 번씩 태그를 정리해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태그가 정리안된 글들이 수두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태그별 구성도를 얼추 보면 필자가 향한 방향성을 어느정도 정량적으로 파악할수 있다. 예를들어 writing room이라는게 꽤 큰 빈도수를 가지고 있고, knowledge management, work flow 역시도 꽤 많은 빈도수를 가지고 있다. Journalism이나 tourism역시 많은 빈도수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마찬가지이다. Inspiration 태그는 작년중순만 해도 주름잡는 태그였지만, 작년 하순에 심경의 변화가 있어서 그런지 시간에 따른 빈도수가 감소하는 느낌이다. 이는 아마도 전문성이란 장기적 역량의 유지와 관련된 것이라는 생각과 관련해서 만들어진 (일종의) 철학때문에 그렇지 않을가 싶다. 의외로 photography는 적은데, 이는 포토 앨범에서 바로 인스타그램쪽으로 업로드를 해서 그렇지 않은가 싶은 생각이 많다. 결국, 원래 이 글을 쓸때 적었던 제목인 ‘방향성은 만들어 지는 것인가 만들어 가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필자가 생각하는 본인의 모습과, 실제로 기록에서 만나는 본인의 모습은 약간의 차이가 있는것은 사실이고, 글을 적는 행위를 하는 동안 그리고 적혀진 글을 보는 동안 본인의 모습을 다시한번 만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마도, 조금 더 게을러 지고 싶어서 이런저런 글을 많이 적는 것일수도 있다.

  필자는 게으른 이라는 말을 수식어로 몇 번 쓴적이 있다. 여행기를 올릴때도 ‘게으른 여행자’라는 말도 하고 ‘게으른 학습’, 그리고 ‘게으른 글쓴이’정도까지. 주로 하는 일을 제외하고 흥미가 있는 여러가지 일들에 대해 뛰어들어 휘저으며 다닌다는 것 역시 열정을 가진 사람의 좋은 행동법이라 생각하는 바이다. 하지만, 게으름을 부리는 것 역시 일종의 미덕이 아닐까. 휴일 하루종일 창밖을 바라보며 홍차 몇잔과 쿠키등을 먹으면서 피더로 날라온 이런저런 글을 읽으며 음악을 감상하고, 그 뒤에는 하루종일 켜 진 상태에서 겨우 한토막의 글이 적혀진 글쓰기 프로그램이 떠 있는게 나쁠게 있나. 여행을 하러 가서 꼭 유명지라고 불리우는 곳은 꼭 모두 쫓아가야 하나. 그냥 여행의 테마에 맞는 한두군데 선정해서 느긋히 바라보고 앉아 커피한잔 하고 와이프와 오순도순 이야기하면서 역사를 되짚어보는것, 혹은 배경을 살펴보는것, 혹은 정말 아무생각없이 시원한 바람을 즐기고 있는것은 기회비용을 날리는 것인가. 꼭 어떤 작업을 행하는데 워크플로우는 최적화되어 있어야되고 각종 소프트웨어는 달인에 달하는 수준으로 다룰 필요가 있냐라는게 필자의 생각이다. 물론 아닌사람이 있으므로 필자같은 사람이 편히 사는것은 사실이지만. 그리고 (아마도), 필자의 전문분야에 해당되는 것은 또 나름대로 부지런히 살고 있으니 그정도면 된거 아닐까 그런 생각이다.

[1] 이 정적 투고라는 말은 조금 기술적인 부분에서 가져왔는데, 필자가 연구에 활용하고 있는 이맥스라는 유명한 에디터가 하나 있다. 여기에서 연구용 코딩부터 시작해서 LaTex 문서도 생성하고 있는데, org-mode를 이용하다보면 개인용 연구 위키를 손쉽게 만들수 있어서 org-mode와 LaTex를 이용하여 개인용 위키를 만들다보니 static publishing에 대한 관심이 점차 생겨난 것 같다. 초기에는 연구에 관련된 개인용 위키를 정적 투고 기법으로 웹에 공개할까 싶었는데, 지금은 어느정도 성숙될때까지 기다리자는 주의가 강하다. 여기에는, 게으른 학습곡선도 작용하고 있는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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