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나의 오래된 대성당, Basilica of San Zeno

회랑 안으로 들어오는 빛의 장난, 이탈리아 베로나(Verona)의 산 제노 대성당(Basilica of San Zeno)

  이 글을 적은지 어언 반년이 다되어간다[1]. 2014년 8월 한달동안 연구실 휴무를 틈타 여행한 이야기들이고, 시간을 들여 하나하나 정리해야지라고 하다가 어느덧 2015년이 밝아온 것을 본다면 전형적인 ‘내일 해야지’ 식의 여행기 준비였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여행기를 적는다는게 특정 형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만의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나타내느냐와 관련이 있다 보니 취미로 하는 글쓰기에 큰 무엇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대략적으로 어떤 컨셉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많이 치중하다보니 막상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제부터는, 사진 중심의 단편의 글들을 올려볼까 싶다. 사진중심이라는 것은 사진으로 여행을 보여준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의미 있었던 사진들을 골라서 해당 사진과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올릴까 싶다. 여기에는 일반적인 관점에서 여행지로서의 중요도는 떨어질 수 있는 그런 곳도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으른 여행자로서 필자가 느낀 그 공기, 그 분위기, 그 문화 속에서 담아낸 한 사진을 풀어내는 것으로서는 좋은 방법론이지 않을까. 그리고, 이 편은 최근에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중 하나인 산 제노 대성당(Basilica of San Zeno)에 관한 글이다[2].

  필자와 같이 종교와 거리가 먼 사람들은 대성당이면 조금 큰 성당이려니 하겠지만, 사실 로마 카톨릭 기준으로 부르는 기준이 몇 가지가 되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성당이나 기타등등을 통칭해서는 (Roman Catholic) church라는 말을 쓰는 것 같은데 여기에서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catheral (대성당으로 주로 번역됨)과 같은 경우에는 위키피디아 한국어 페이지에서는 ‘주교좌 성당’이라고 번역되어 있다. 영문 위키에는 성당이면서 bishop의 자리가있는 (주교 전담의자 정도의 뉘앙스) 그런 성당을 이야기한다. 이탈리아를 여행하다보면 (특히 로마) 바실리카 (Basilica)라는 말이 자주 들리는데 위키피디아의 설명에 따른다면 이 단어의 어원은 고대 로마인들이 공공건물을 칭하는데 사용한 라틴어인데 그 어원은 그리스어로서 위키에따르면 tribunal chamber of a king이라 되어있다. 일반적으로 로마시절 각 도시에 있는 포룸(forum)에 위치한다고 한다[3]. 어쨌든, 로마 카톨릭에서는 교황에 의해 특별한 권리를 인정받은 중요하고 큰 성당이라는 의미로 여기에서 쓰인다. Catheral이든 basilica이든 우리입장에서는 대성당이라 생각하면 될 듯 한데 (종교분들이 이걸 보신다면 정확한 한국어 번역 제보 부탁드린다) 보통 뒤에 붙는 이름은 이런이런 사람에게 (대부분 성자나 사도 등) 헌납하였다는 의미로 통한다. 결국 이 글의 주제가 된 산 제노 대성당(Basilica of San Zeno)는 바실리카로서 -중요한 대성당- San Zeno에게 헌납되었다 정도가 아닐지.

  이탈리아를 여행하다보면, 성당을 구경하는데 몇 가지 구역으로 나뉜 경우를 발견한다. 특히 오래된 성당일수록, 기존의 성당자리 위에 새로 신축하고 이를 또 유지보수한 경우가 많아서 우리가 이야기하는 건축양식을 이야기하자면 한가지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해당 성당 역시, 실제로 오래된 작은 성당위에 약 9세기경 베네딕트 수도회에 의해 새로이 지어진 성당이 바실리카로 공인된 듯 하다. 10세기경 헝가리의 공격으로 파괴된 다음 Raterius 1세 추기경에 의해 로마네스크(Romanesque) 양식으로 재건축 되었고 이후 12세기경 발생한 지진에 의해 파괴된다음에 조금 더 큰 규모로 재건축하였고, 14세기에 고딕 양식으로 완성하였다. 긴 세월동안 몇 차례나 신규 건물이 만들어지다보니, 여러가지 양식이 공존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로마네스크 양식을 따라 만들어진 수도원(Abbey)의 남은 회랑이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던가 싶다. 위 사진은, 바로 그 회랑에서 찍은 사진으로서 빛이 들어오는것을 강조하기 위하여 몇 가지 필름 효과를 덧붙인 것이다.

  산 제노 대성당이 위치한 지역은 베로나 주요 관광지구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있다. 베로나는 야외 음악당으로 유명한 오래된 도시이다. 이 야외 음악당은 원래 로마의 콜로세움처럼 아레나(Arena)인데 필자는 여기서 베로나에서 파생된 로미오아 줄리엣 오페라를 구경하면서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4]. 혹시 여기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Verona Arena를 찾아보면 쉽게 홈페이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마이크를 쓰지 않는 오페라의 특징상 저렴한 티켓으로 구경하게 되면 그 음악을 제대로 즐기기 어렵다. 필자는 5열 정도에서 즐겼는데, 아마 티켓당 250유로 정도 했었던 것 같다. 베로나와 아레나, 그리고 베로나 특유의 그 아름다운 중세분위기는 다음 글을 위해 남겨두도록 하겠다.

[1]이 여행의 기본 루트는 나폴리에서 출발하여 트레인을 타고 로마, 피렌체, 밀라노, 베로나, 베네치아를 거쳐 다시 비행기로 나폴리로 되돌아오던 약 2.5주간의 여정.

[2]해당 시리즈 글의 시작을 산 제노 대성당으로 잡은것은 특별한 이유 없이 가장 최근에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2014년 8월 여행 사진을 기준으로 한 것.

[3] 이 포룸은 현재의 영어의 어원으로서, 로마시절에는 중앙 광장과 그를 둘러싼 각종 정부기관 신전 등을 통칭하여 일컫는다. 로마 여행을 하게 되면 콜로세움 옆에 있는 포로 로마노(이탈리아어:Foro Romano, 라틴어: Forum Romanum)이라 불리는 장소가 로마의 포럼이라는 의미이다.

[4] 로미오와 줄리엣은 당연하게도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이름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아서 브룩이라는 작가가 지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이라는 서사시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이탈리아 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로인하여 실제로 있었던 곳은 아니지만, 줄리엣의 집을 만들어서 많은 관광객을 받고 있다. 재미있게도 이 극작에 나오는 사랑, 살인, 부부의 연, 죽음까지 상당히 많은 내용이 약 4일간의 내용에 해당되고, 이 때 줄리엣의 나이는 만 12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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