쾰른 대성당이 보이는 호텔에서의 아침, 몇일간의 크레타의 여정을 뒤로 한 느낌을 가지고 침대에 걸터앉아 이 글을 적고 있다. 새벽에 맑은 정신으로 이렇게 글을 적은 적이 얼마만의 일인가 생각 해 본다. 반성과 같은 일을 하자고 하는 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바쁘게 살았었다는 변명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오랫동안의 일들이 스쳐 지나가듯이 나를 흘러가버렸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추억은 때로는 뚜렷하게 때로는 흐릿하게 무언가를 조명한다. 나의 인생 한 부분에서 차지하던 중요한 순간들이 점차 흐려지는 기억 저 편으로 넘어가지만, 그것이 사라짐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고 있다. 지금 이 여행에 이르러서야 지난 3년간의 일들의 방점을 찍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어쩌면 지금 여행이 나에게 주는 충만함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제 짧기도 길기도 했던 휴식이 끝나고, 현실로 되돌아올 시간이다. 낯설음이 낯익음으로 바뀌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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