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크라이나 – 러시아 사태를 보고 생각해보는 독일의 에너지 전략 2

먼저 이 글은 제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댓글을 달았던 부분을 옮겨온 글임을 밝혀둡니다. 많은 부분이 최근 몇주간 이코노미스트지와 독일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한 저의 생각입니다. 이전 글은 다음 링크를 참조하세요.


경제 제재 동참을 발표하면서 대규모 국방액 지출을 늘리고, 에너지에 대해서 러시아 의존성을 낮추면서 독일 입장에서 경제적인 손해가 많이 예상됩니다만, 완전한 손실로만 여겨지지 않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추정이 많기에 재미로만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1. 독일/유럽 – 러시아 에너지 협력

유럽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는, 냉전이 끝난이후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러시아를 통해 비교적 저렴하게 구입할수 있었던 에너지를 이용해 에너지 비용상승을 어느정도 억제하고 있었고요, 원자력 의존성이 높은 프랑스도 독일에 비하면 저렴하다는것이지 (독일대비 2/3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유럽 외 국가들에 비하면 상당히 비쌉니다. 즉 유럽에서의 에너지 가격은 이미 유럽의 물가를 함께 포함해 높이 형성되어 있었고, 더 비쌌을 수도 있지만 러시아와의 긴시간동안 점차 쌓아온 긴밀한 협조를 통해 어느정도 억제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 부분을 비판하던 목소리도 제법 많았고, 특히 노드스트림2 사업의 경우 다른 유럽국가 및 미국의 저항이 강했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짐작입니다만, 유럽과 러시아간의 경제가 긴밀하게 얽혀감으로 인해서 혹시 발생할수도 있는 미래의 분쟁을 방지하겠다는 속셈도 있는 듯 합니다. 푸틴이 러시아의 국익을 크게 생각치 않고 막 지를거라고는 예측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네요.

반면에 러시아는 그 돈을 통해서 다시 경제회복이 진행된 부분이 있습니다. 이대로만 진행했으면 윈-윈 전략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어느정도 경제 회복을 한 러시아가 행동을 취하기 전까지는요. 독일의 에너지 회사 구조들을 보면, 러시아에 자회사를 두거나 (Uniper – Unipro 등, 물론 지금은 Fortum의 자회사입니다만, 원래는 독일의 에너지 기업에서 분사되었습니다) 러시아의 에너지 회사와 깊은 관계를 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Rosneft 뿐만이 아니라 이곳저곳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저에게는 지난 시간동안 에너지 전략에 대해 독일/유럽 – 러시아 관계는 상당히 긴밀해 보이더라고요. 가끔 들어서 푸틴이 가스밸브 가지고 장난치는 정도가 있었지만, 딱 그정도 수준에서 지나갔었던 듯 합니다.

다시말해서, 독일/유럽의 러시아 에너지 연결은 양자간의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이는 유럽에 있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알고있는 문제이고, 푸틴이 장난칠때마다 늘 여기에 대한 비판이 공식적으로 제기되던 문제입니다. 당연하게도 경제 제재에서 에너지 안보에 대한 내용은 핵심중의 핵심이고 사실상 ‘모든’사람들이 어느형태로든 포함될것이라 예상하던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인 추론이지만, 러시아가 조기에 우크라이나를 함락시켰다면 (전쟁전 예상처럼) 아마 독일입장에서는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넘어갔을수도 있습니다.

2. “그럼 독일 입장에서 손해만 보는 것일까”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저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물론 (위에 적은 댓글처럼) 단-중기적 관점에서 경제적 파급 효과에 대해서는 매우 큰 손실임은 확실합니다. 다만 장기적인 에너지 전략의 시기를 당겨올 수 있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독일의 높은 에너지 가격은, 제가 알고있는 독일분들도 불평이 많은 부분입니다. (물론 그에 반해서 이 분들, 잘사는 분들도 전기를 안써요. 정말로요. 그냥 몸에 배여 있습니다) 지금 높은 전기세는, 신재생 에너지 사업의 문턱을 많이 낮추는데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4년전에 독일 처음왔을때 전기 가격을 보고 놀라고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때도 3배정도는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 신재생 에너지 전기를 신청할수 있던 옵션이 신기했었습니다. 그 시점에는 제법 비용차이가 컸는데, 작년즈음에 봤을때는 일반 전기세가 와 신재생 에너지로 생산한 전기세의 차이가 10-15%정도 밖에 차이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그 기간동안 제가 살고 있는 소도시 근처에서도 상당한 숫자의 풍력발전소가 증설되어 있었습니다. 저도 제일에 바빠 살고있다보니 어느순간부터 독일의 발전양의 절반 이상이 신재생 에너지로 생산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더라고요. 

대규모 수소 생산장치는, 사실 전기요금을 올릴 수 밖에 없습니다. 수소 에너지의 혹은 대부분의 Power to Gas 기술의 근간은 ‘잉여 생산’전기를 화학적 에너지로 저장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다시말해서 배터리 역할입니다만, 기본적으로 에너지는 가공할때마다 손실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독일에서 에너지 전환점으로 잡았던 2050년의 계획도 사실 전기 생산 측면에서는 그 정도의 시간이 걸릴 문제가 아니었는걸로 보여집니다. 최근 10년동안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이 늘어난 추세를 보면, (그 추세 그대로 진행되더라도) 향후 5-10년사이에 단순히 생산 측면에서는 기존의 화력을 대체할수 있습니다. 물론 기저부하 예측등의 문제때문에 수소경제 및 전기차가 일상화되기 전까지는 그렇게 진행되지는 못하겠지요. 

제가 생각하는 요점은 여기에 있습니다. 향후 30년정도 잡아둔 비교적 나이브해보이는 전기에너지 전환 계획은 사실 그보다 훨씬 빠른 시간내로 현실화가 가능합니다. 전환속도를 오히려 조절한 이유는 사람들이 느끼는 에너지 비용상승에 대한 저항과 관련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기술 및 에너지 인프라 투자비용을 전기요금에 녹여낼수 있는 기간이 필요했었겠지요 (난방/온수설비 역시 점진적으로 가스의존성을 줄이고 전기로 가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그런데 이를 향후 15년으로 끝내겠다는 이야기는, (제 생각에는) 나이브한 태도를 버리겠다는 이야기로 보여집니다. 이미 에너지 안보에서 심각한 문제가 보여졌으니까, 단기 – 중기적으로 절충안으로 생각했던 천연가스를 선택하지 않고 정부와 에너지회사들의 손실을 감수하고 진행하겠다는 부분으로 보여집니다. 또한, 전쟁으로 인해 국민들의 에너지 가격상승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정도 형성된것도 포함되어 있지 않나 조심스레 짐작해봅니다. 물론 갑자기 정치지형이 바뀌어 그동안 10%아래로 억제하고 있던 원자력에 대해 갑자기 투자할수도 있는등, 예측하기 힘든 부분들도 있는 듯 합니다.

3. 국방비에 대한 이야기

국방비 투자에 대해 사실 제가 아는 몇몇 독일 분들은 독일은 세계2차대전의 전범국이었다는 ‘핑계’를 NATO내에서 국방비 지출을 억제하기 위해 오랫동안 잘 사용해왔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독일이 정서적으로 전범국이었던 시절에 대해 공개적으로 그리고 반복적으로 사과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을 이야기하는게 아닙니다. 전쟁이후 독일의 국방력 투자에 대한 제한이 많이 있었지만, 징병제가 폐지될 즈음에는 사실 실질적인 국방비 투자의 제한이 있었지는 않지만 암묵적으로 군사력을 키우는부분을 자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벌써 시간이 오래지났고, 독일의 경제 수준에 비해 군사력 부분에서 NATO 전체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낮다는걸 이야기하는 부분입니다. 사실 독일의 군비증가는 다른 국가들 특히 미국쪽에서 조심스레 나왔던 이야기입니다만, 이러한 암묵적인 분위기를 이용한 부분이 있는것 같습니다.

전쟁 이후 독일의 국방비는경제규모에 비해 제한된 수준에서만 집행되었습니다. 사실 독일의 국방비 자체는 상당히 높습니다만, 한국처럼 징병제 국가도 아니고, 각종 설비 생산/유지비용이 한국에 비하면 매우 높기때문에 실질적인 전투력 기대치가 그렇게 높지는 않는게 현실이지요. 이게 가능한 이유는 일종의 큰 군사 공동체 (NATO)안에 들어있고,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중 적대국이 없기에 가능한 전략이기도 합니다. 러시아라는 강력한 잠재적 적대국이 존재하지만, 에너지 전략등을 통해 상호 경제가 얽혀감에 따라 상식적인 수준에서는 상당한 군사분쟁의 억제를 기대할수 있을거라 보는 부분도 있는 듯 합니다. 

최근 나온 대규모 군사력에 대한 투자는, 사실 그동안 미뤄왔던 국방비를 현실화 시키겠다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사실 독일은 상당히 많은 군사장비를 자체생산하고 있고, 대규모의 국방비 지출은 이들 방산업체쪽으로 흘러가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독일의 방산업체는 현재 독일의 제조업들과 깊은 관계가 있지요. 코로나 판데믹으로 인한 2020년 2021년 2년동안 독일의 (포괄적) 추경예산의 규모가 우리돈 250조를 넘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즉 이정도 규모의 예산은 독일 경제에서 남발하지 않는 수준에서 지출가능한 수준이고, 그 동안 눈치보면서 절약한 비용을 제대로 집행하는 수준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그 쓰임새 역시 독일 국내로 대부분 흘러들어갈것이라 짐작됩니다.

4. 정리하면서

특별한 결론이 없는 글이었습니다만, 독일은 이러이러해서 손해보는것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예상되는 막대한 단기 – 중기적 손실을 감수하고 경제 제재가 지속가능한 형태로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면서, 30년을 바라보던 장기 전략도 15년정도 수준으로 당겨온 것도 사실이고, 이는 현재 감수하는 손해를 장기적으로 극복할수 있는 방법중 하나로 보여집니다. 우크라이나 – 러시아 전쟁의 향방이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전쟁이 빨리 끝나길 기원하면서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Comments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