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 글은 제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댓글을 달았던 부분을 옮겨온 글임을 밝혀둡니다. 많은 부분이 최근 몇주간 이코노미스트지와 독일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한 저의 생각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약간의 숙고 기간을 걸쳐 독일의 러시아 경제 제재 동참 및 새로운 에너지 전략, 그리고 군비증강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이 때 각 에너지 기업들은 현재진행형인 계약까지는 그대로 가져가는 걸로 이야기가 되어있었는 듯 합니다. 경제 제재이후에 러시아의 반발역시 어느정도 예상한 바가 있습니다만, 유럽 (특히 독일)의 경우 러시아의 경제 제재는 자해에 가까운 문제입니다. 다만 국제사회의 공조를 통해 진행하게되므로, 비록 독일입장에서 피해를 크게 받게 되지만 감수하고 진행하겠다는 생각인듯 합니다.
독일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성을 이야기할 때는, 사실 독일 에너지 산업을 조금 이해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체르노빌 이후부터 시작해서, 후쿠시마 사건까지 독일사회에서는 지속적으로 원자력의존성을 낮춰 왔었고, 신재생 에너지 사용량을 늘려오고 있었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전체 전기에너지 생산의 절반 이상이 신재생 에너지로 생산되고 있습니다만, 기저부하의 부담은 화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전체 전기생산량의 40%정도). 화력발전에서 절반정도가 석탄발전소이고, 나머지 절반은 천연가스 위주의 발전입니다. 여기에 난방 및 가정용 온수 역시 가스에 크게 의존합니다. 독일은 천연가스 전체 필요량의 약 절반 이상을 러시아의 의존하고 있는 입장입니다. 유럽 전체를 보더라도 천연가스 필요양의 약 4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 가스관은, 다들 아시는 우크라이나를 지나는 것 외에도 몇군데 더 있고 (노드스트림2는 여기에 한 루트를 더 추가하는 것입니다), 이베리아 반도를 포함한 유럽 전역으로 연결되어있습니다. 이 가스수입비용은, 실질적으로 미국이나 콰타르 등의 국가에서 액화천연가스로 수입해오는 비용보다 저렴하기에 독일 및 여타 유럽국가 입장에서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게 사실입니다. 전쟁전에도 독일의 가정용 전기세는 한국의 약 4배입니다. [*]
원래 독일의 계획은 약 2050년까지 완전한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고, 여기서 기저부하의 부담은 잉여전력을 활용한 수소에너지 저장과 (주로 북해 인근을 위주로 진행됩니다) 그 시점까지 달성하게 될 전기차 배터리로의 분산등 여러가지 전략을 동원할 예정이었습니다. (수소에너지 관련에서 매우 진지하게 생각하기에, 최근 몇년간 독일관련해서 수소에너지 수송에관한 여러 논문들도 많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장기전략을 성공하기 위해 단기 – 중기적인 관점에서는 지금 당장 환경문제로 많이 거론되고 있는 석탄 발전을 일단 천연가스 위주의 발전으로 돌리고 있던 중이었고요. 노드스트림 2 이후에는, 그래도 전반적인 에너지가격이 안정화 되지 않을까 어느정도 기대하고 있었고, 이미 상당한 금액이 투자된 상태입니다.
우크라이나 – 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안보문제가 더욱 부각되면서 노드스트림2 사업은 사실상 무기한 중단되었습니다. 이미 투자된 금액은 이대로 경제 제재가 굳어지게 되면 사실상 완전한 손실이 되고요. (얼마전에 Uniper등에서 노드스트림2 투자금은 완전한 손실로 잡겠다는 발표를 했더군요) 이 문제가 지속되면, 아마 이번 겨울에 난방용 가스 비용은 상상을 초월할지도 모르겠네요. 경제 제재를 발표하던 시점에 나온 이야기가 원래 2050년까지의 에너지 전환 계획을 2035년까지로 앞당긴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말이 그렇지, 사실상 계획이 꼬인 부분이 많습니다. 여기에는, 단기적으로 문을 닫기로 예정된 석탄 광산 및 화력발전소 (이미 문을 닫는 작업을 진행중이던 곳 포함해서)등을 다시 정상 운영하는 형태로 되돌리는 작업이 포함되어있습니다.
지금 독일 및 유럽에서 나오는 경제 제재에 대한 이야기는, 적어도 단기 – 중기적으로 막대한 손실비용을 감내하겠다는 겁니다. 여기에는, 중장기적 에너지 전략이 완전히 바꾸는것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비용에 대한 손해 이상으로 (국제사회의 공조를 통해) 러시아에게 손실을 강제하여 전쟁지속의 의지를 꺾는게 목표로 보입니다. 휴전이 진행되더라도, 그리고 일부 경제 제재가 풀리게 되더라도 기존의 에너지 전략은 비가역적인 피해를 입고, 방향을 바꾸게 될 것입니다. 제가보기에는, 루블화 유로화등에 대한 분쟁은, 손실을 감내하는 순간에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문제인듯 합니다. 그 이후는 여론전으로 흘러가니까 일희일비할필요는 없는 듯 하고요.
[*] kWh당 실질 전기요금이 약 32cent였습니다. 제 계산은 저희집이 1년에 내는 전기요금 (11개월에 나눠 납부)과 전체 전기 사용량을 계산 한 다음에, 이를 한국의 누진구간에 적용시켜 계산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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