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디자인적 요소에 대한 환상

개인적으로 책의 가치는 그 내용에 있다고 생각한다. 책의 포장을 어떻게 바꾸든, 전반적인 디자인이 어떻게 되어 있든, 겉모습이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이는 내가 입고 있는 옷과 마찬가지의 이치라 생각하는데, 이는 나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조금은 반영할지 몰라도 그게 나의 전부라 할 수는 없는 정도의 이야기라 생각한다. 사람의 가치는 겉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고 생각하듯이, 책에 대한 가치 역시 그 내용에 있기에, 세련된 디자인으로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할 수 있는 듯 한 책의 구성을 마냥 좋아하지는 않는다.

물론 감각적인 이미지 자체가 중요한 내용일때가 있다. 이미지 자체가 중요한 정보가 되는 요소도 있고, 예술 등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닐때 뚜렷한 시각적 정보는 글 자체로는 파악하기 힘든 부분들을 전달해 주곤 한다. 개인적으로 여행에서 사진책등을 구입해오곤 하는데, 최대한 그 이미지가 나의 마음을 움직이는것을 찾거나 혹은 정보나 교육자료로서 오랫동안 가치를 가질 수 있는 부분들을 반영하곤 한다. 이러한 종류의 책에서 전반적인 책의 시각적 디자인은 그 내용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개인적 선호에 맞추어, 개인적으로 책의 표지에 직접적인 이미지를 넣는 부분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유명한 사람의 모습이나, 주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것은, (위에서 언급한 두번째 카테고리의 책들을 제외하고는) 개인적으로 좋은 디자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금은 고전적이고 고리타분할 지 모르겠지만, 책의 표지 디자인은 깔끔하고 제목과 저자의 텍스트 자체를 잘 드러나게 하는 부분이 좋지 않을까. 같은 이유로 페이퍼백보다는 하드커버(우리로 따지면 양장본이 아닐까 싶다)를 선호하는데, 이는 보통 둘 다 커버 디자인은 비슷하게 가는데 하드커버의 경우 커버디자인이 단단한 커버 자체에 프린트된다기보다는 겉 포장지를 따로두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겉 포장지를 벗겨두면, (대부분의 경우) 깔끔한 커버가 노출된다. 다만 이러한 개인의 선호는, 그렇게 강렬한 감정까지는 아니라서, 막상 책을 구입할때가 되면 가격이나 배송을 신경쓰게 되지 하드커버냐 아니냐는 큰 고려사항은 아니었던 것 같다.  

최근에는 밀리의 서재 및 아마존 킨들등을 통해서 독서를 하고 있다보니 사실 책의 겉보기 디자인에 대한 생각이 많이 사라지곤 했었다. 이동의 편안함 부터 여러가지 요소가 있고, 독일에 거주하다보니 국문 서적을 구하기 힘든 부분도 있어서 결과적으로 국문으로 된 서적은 이북서비스로 보게 되고, 영문으로 된 서적은 배송이 가능하다면 주문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킨들 포맷으로 구입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물성으로 전해지는 어쩔수 없는 감각이 그리워서 최근 몇권의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이는 하루종일 컴퓨터로 뭔가를 읽고 쓰곤 하는 직업적인 특징에도 드러나는데, 오래 읽어야 하는 자료는 프린트해서 지저분하게 사용하는 편이다. 자원적인 측면에서는 소모적인 방법이지만, 일의 효율을 증가시킬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에 아직까지 바꾸기가 힘들다. 

책의 디자인에 대한 선호를 이야기하는 김에, 수려한 일러스트레이트에 혹해 구입해본 BIBLIOSTYLE (Nina Freudenberger 저, Shade Degges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책을 받아본 순간에는 수많은 서재들의 모습에 혹해 여러 이야기가 녹아있어보이는 공간들을 바라보곤 있었다. 이 책은 여러 서재를 소개하고 사진으로서 그 공간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서재의 구성에 관련한 이야기는 짤막한 칼럼 수준으로 내용의 기술 이상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그런측면에서, 글의 맛을 보여주기는 조금 모호해서, 내 기대 이하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멋져보이게 강조하는 문구들은 내 감정을 움직이기에는 부족한 부분들이 많아 보여서 오히려 역효과를 보여주지 않았을까 싶다. 덧붙여 이야기하자면, 책에 소개된 몇 몇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노라면, 정말로 책을 좋아해서 만든 것인지, 책이 인테리어의 소재로 쓰인것인지 의심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어쩌면, 감각적으로 보여 질 수 있는 일러스트집이 아닐까 생각도 되는 이 책은, 하지만 사진의 퀄리티만으로도 그 가치를 하지 않을까 보여진다. 이 책의 구성과 내용은, 사실상 각 서재의 사진이 주인공이고 그 속을 채워넣는 글은 약간의 맥락을 전달해주는 정도의 수준이 아닐까. 꼭,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다녀오면서 사온 사진 위주의 가이드북을 보는 듯 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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