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소비시대, 그리고 AI

예술의 영역에서, 대중 문화로 자리잡게 된 여러가지 문화상품들이 있다. 글, 사진, 영상등은 근대사회를 넘어 현대사회로 접어들면서 급격히 시장을 확대해오곤 있었다. 점진적으로 낮아지는 접근성으로 인하여 독서, 사진, 영화감상등의 취미들이 삶의 곳곳을 채워주곤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작품을 즐기게 될 때의 호흡은 상당히 긴 편이어서, 문화생활을 즐길때는 기본적으로 상당히 긴 시간을 한 작품에 할애하고 거기에 대해 깊이있는 사고를 하는 것이 주류가 되곤 했다. 비록 평균적인 대중이 작품의 대상이 될 것이라 보더라도, 근대의 문화예술 작품은 고전의 영역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 시점의 문화예술의 시장은 생각보다 한계가 있어서, 양적 영역에서 모든 개인적 취향을 만족시키기 보다는, 일종의 주류적 취향이 대중에게 전파되는 형태를 띠고 있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인터넷의 발달로, 비교적 짧은 호흡의 문화들이 퍼지기 시작했었던 것 같다. 온라인에 올라오는 짤막한 글들, 그리고 사람들간의 의사소통에 이용되는 글들은, 그 자체가 컨텐츠로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도구로 사용되곤 한다. 전자제품의 발달로, 손에 들고다닐수 있는 디스플레이들이 일상생활로 파고들기 시작 한 다음부터는 문화를 즐기는 문턱이 급속도로 낮아지고, 사실상 현실적 일상생활과 인터넷상의 생활이 구분되지 않는 영역에 까지 이르기 시작했다. 이런 시점에 발맞춰 대중 문화는 점차 소모적인 형태를 띠기 시작한다. 어떤 사람들은 태블릿류를 어떤 컨텐츠를 ‘소모’하기 위한 기계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이 때 소모라는것은 결국 ‘나의 시간’과 관련되어있다. 현대 대중문화의 특징들을 문득 생각해보면, 소모라는 단어가 이렇게 확장해서 사용하더라도 크게 부자연스럽지 않을정도 삶에 깊숙히 그러면서 비교적 짧은 호흡의 깊이와 내용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 또한 방대한 양적 컨텐츠들은 사용자의 개인적 흥미와 결합하여 자연스럽게 방향성을 부여하고, 강화하는 형태로 새로운 컨텐츠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Generative AI 의 발전으로 만들어진 여러가지 파급효과가 언급되기 시작한다. 이는 단순히 기존의 작업들을 컴퓨터가 도와주던 정도의 수준에서 벗어나 컨텐츠를 스스로 만들거나 상당히 큰 영역에서 보조해주는 기능들이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개인으로서, 그리고 현 시점에서, AI가 예술의 영역에서 어떻게 작용할 지 혹은 (비록 엄밀하게 정의할수 없지만) 인간의 창의성을 어떻게 극복할수 있을지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AI의 협업을 통해 컨텐츠의 생산성을 급격히 올릴 수 있을것이라고는 기대할 수 있다. 바꿔서 이야기하자면, 스마트폰의 발전에 힘입어 극도로 발달한 ‘개인에 맞춰진’ 비교적 짧은 호흡의 컨텐츠들은 이제 그 양적 영역에서 사실상 무한대의 생성이 가능해진 것이다. [**] 

이제 삶에서 문화 컨텐츠에서 양적인 제한은 사실상 사라지게 되었다. 시간은 이미 문화 컨텐츠에서 이미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부족한 사람의 시간을 선별적 문화적요소에 투자한다는게 디지털화 된 새로운 큐레이팅 산업으로 등장한지도 오래되었다. 반면에, 개인으로서 무제한에 가까운 글과 영상에 시간을 소비하던 습관은 지극히 소비적인 활동으로서 대부분의 경우 개인의 생산성을 저하시키기 시작한 시점이 된 것 같다. 더 이상 시간적 여유가 허용되지 않는 범위까지, 삶을 문화적 소비로 꽉꽉 채우기 시작하면 더 이상 ‘여가활동’의 범주가 아니라 이를 위해 삶을 살아나가는 요소로 바뀌는 것이 아닐까. 문화의 소비시대를 바라보는 이 시점에서 나름의 삶의 철학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듯 하다.

[*] 이는 결코 대중문화 종사자들이 과거와 다르게 깊이가 얕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본이 이쪽으로 몰리게 되므로 자연스럽게 호흡이 짧은 작품을 선호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 물론 지금당장은, 비교적 짧은 호흡의 소모성 컨텐츠에 대한 영역에 머무르고 있지만, 점차 질적 요소가 상승하게 되면 완전히 새로운 영역으로 발전할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양적인 요소의 폭발적인 증가는 질적인 요소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Comments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