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것 아닌 일이 별 것처럼 느껴지는 때가 있다. 예를들면 오늘 이렇게 기차에서 지나가는 음식카트에서 커피를 사 마신 것 같은 일이다. 가격은 작은 컵 하나에 2.5유로로서 생각보다 비싼 느낌은 있으나, 원할때 한 잔을 마실 수 있다는 느낌은 사뭇 다르다. 의외로 커피의 맛 역시 크게 호불호가 갈릴 수준이 아니라는 것은, 이러한 서빙을 하는 일에서도 타겟이 되는 고객이 원하는 바를 풍분히 파악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독일에서 도이치반으로 다니는 것이 익숙해 짐에 따라서 사회 전반적으로 만들어진 인프라와 그것에 대한 접근 철학을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된다. 현재 한달에 49유로 (내년부터는 58유로로 상승)인 티켓으로 사실상 버스와 지역기차, 특히 나처럼 4개의 열차를 타고 주말마다 집으로 왔다가 가는 고객까지 서비스가 된다는 것은 그 전에 축척된 자본으로 이루어 지는 서비스가 아닌한 쉽게 누리기 힘든 호사가 아닌가 싶다.
도이치반에 대해서 안 좋은 이야기가 많이 있다. 나 역시, 비행장까지 움직이기 위해 탔던 기차들은 항상 문제들이 있어서 기차여행에서는 늘 충분한 시간을 붙이곤 한다. 그런데 매주 12-14시간 가량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일상이 이어지다보니 생각이 사뭇 달라진 것도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기차가 온갖 이유들로 인하여 연착되는 것들을 관대하게 보고만 있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다만, 또 다른 한편의 관점에서 본다면, 고작 50유로 남짓의 비용으로, 한달에 적어도 50시간 정도를 기차와 함께 보내게 된다면 어느정도는 정상운영을 해 주는 도이치반에 고마워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다.
삶에서 이루어 지는 모든 일들을 이해 하고 살 수는 없다. 오히려 정확히 모르기에, 아름답게 여겨지는 삶의 영역들이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우리가 스스로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의 한도가 삶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어 준다고 믿는다. 이 말이 결코 우리가 어떤 새로움을 얻길 위하는 것이 의미없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적극적으로 삶의 모습들을 탐구하고 있노라면 여러 즐거움을 누릴 수 있고, 어차피 그렇게 알수 있는 영역은 세상의 거대함에 비하자면 작을 수 밖에 없기에 우리는 삶의 즐거움을 잃을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라는 생각이 그 아래에 있다. 아마도 일종의 작은 전지와 같은 능력을 지녔다고 한다면 삶에서 어떠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인가? 즉, 위의 이야기는 내가 인지하는 영역을 넘어서는 부분을 향한 나의 의욕을 꺽고자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늘 내가 알지 못하는 삶의 영역에 관심을 두고 있었고, 그것이 나의 여러가지 여정을 이끌고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오늘처럼 즐거운 여행은 어느 정도의 익숙함과 지식을 토대로 맞닥뜨린 새로움에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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