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최근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 대해 다시금 감탄하고 있다는 이야기로 시작하고 싶습니다. 친구들에게 카톡을 받고, 인터넷에 떠오르는 가짜기사인줄 알고 보게 된 첫 계엄 이후에 중요 꼭지가 있을때마다 상황을 보곤 했었는데, 그때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을 믿고 있었던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 켠에는 일말의 불안감이 있곤 했습니다. 결국, 어느정도의 시일이 지난 다음에 많은 사람들이 맞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었다는것에 대해, 다시금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관세를 보며 독일에 사는 입장에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은, 얼마전에 미국 물리학회를 참석하던 입장에서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던 과학지원이나 교육에 대한 문제 등에 대해서 여러 이야기를 듣기도 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나 제스쳐등이 동료들의 우스갯소리로 회자되는 것을 보면서, 제법 여러가지 생각이 들긴 했었네요. 미국에 학회일정으로 출장을 간지는 세번째 정도 되고, 실제로는 제대로 미국을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 기술하는 부분이 있다보니 꼭 책한권읽은 사람이라는 밈이 떠오르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사람으로서, 유럽에서 10년째 사는 사람 입장에서, 미국에 약 10일간 있으면서 보이는 다른 모습들이 저에게 여러가지 인상을 남긴것은 사실입니다.
미국의 Anaheim이라는 곳은, 아마도 디즈니랜드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먼저 떠올리는 부분일지도 모릅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의 로스 엔젤레스 (LA) 공항에 내리면 LA의 북쪽에 있는 Union Stations을 통해서 Anaheim에 갈 수 있습니다. LA는 대략적으로 인구 1800만명의 대도시이고, 온갖 산업과 물류가 발달해 있다고 대략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LA의 북쪽에 있는 Union Stations에서 Orange County로 가는 기차를 타고 출발하면, 먼저 창밖에 보이는 온갖 산업지구가 보입니다. 원래 고향이 대구인 저로서는, 방학때 아르바이트를 하러 성서공단에 갔을때 보이는 그러한 느낌입니다. 차이점은, 그 시점의 대구 성서공단은 뭔가 크고작은 공장인 따닥따닥 붙어있던 느낌인데, 여기는 미국 특유의 광할한 바둑판 모양의 대지에 넓게 흩어져 있는게 차이점인듯 합니다. 아마, 대기업등이 관여하는 대규모 공장은 다른 곳에 있었겠지요.
기차를 타고 한 30분쯤이 되는 시점이 되면 어느순간 이러한 산업지구에서, 뭔가 잘 사는 동네라고 여겨지는 지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러고나서 10-20분쯤 가다보면 이제 슬슬 내리는 지점이 된 것 같습니다. 디즈니랜드로 가는 버스로 갈아타고 (호텔은 바로 근처에 있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비교적 잘 사는 동네를 구경하면서 갔는 듯 합니다.
약 10일간의 일정동안 사실상 한 것이라고는 매일 (토요일 일요일 포함해서) 아침 8시에 시작하고 오후 5-6시에 끝나는 모든 일정을 소화한 것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학회 일정을 제외하고는 실제로 본 것이라고는, 물가와, 근처 먹을 것들, 그리고 저녁에 식사하고 잠깐 걸으면서 본 디즈니랜드 상점들 (아이들을 위한 기념품은 중요하지요), 뭔가 사러 가기 위해 걸어간 월마트, 마지막날에 비행기 타기 전 유일하게 남는 네시간을 할애해서 평소에 가고 싶었던 칼텍을 우버타고 방문한 것이 전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제한된 삶 속에서 무언가 보이는 점들이 있더라고요.
기본적으로 Anaheim은 잘 사는 동네인 것 같고, 그 중에서도 디즈니랜드 근처는 관광지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10$정도로 간단하게 먹을수 있는 선택권이 사실상 없는 편입니다. 독일에서 (특히 제가사는 지역에서는) 아기자기한 길가를 걸어가서 흔히 보이는 베이커리등에 가면, 여러가지 신선야채가 들어있는 샌드위치를 3-5유로 선에서 즐길 수 있습니다. 여기에 커피와 디저트를 곁들이면 대략적으로 10유로가 됩니다. 다시말해서, 선택의 문제이지 육류와 신선야채를 조합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이 있습니다.
반면에 미국에 머무르고 있는 10일간, 처음 몇일동안 구경한 신선야채는 학회장 근처에 있는 카페 혹은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제한된 종류가 전부였습니다 (제가 있던 호텔은 조식을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가격을 생각해보면 결코 사고 싶지 않더군요. 결국 몇일이 지난 후 부터는 서브웨이의 footlong 샌드위치를 절반씩 잘라서 포장한 다음에 오전 오후 쉬는시간에 나누어 먹곤 했었네요. 그게 가장 적당하게 영양적으로 10-20$를 기준으로 식사할 때의 한계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일부러 미국의 Diner를 겪어보고 싶어서, 근처에 비교적 유명한 곳에서 저녁 한번과 조식한번을 겪어 보았습니다만, 그 가격은 뒤로 한 채 대부분의 메뉴가 우리로 따지면 분식에 해당된다는 것을 느끼고는 사실 그러한 미국적 정서에 고개가 갸웃해지던 순간 역시 있었습니다. 겉핥기식 생각으로는 육체노동자를 위한 영국식 조식이 생각나는 형태였습니다. 이는 아마도 미국의 산업화를 거쳐가면서 고칼로리 음식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접할 수 있는 형태의 ‘밥집’이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물론, 이 시기를 지나서 현대식 미국의 상황에는 오히려 옛날의 정서를 느끼면서 친숙한 맛으로 편하게 식사를 하는 형태로 남아있다보니, 그 음식의 종류에 비하면 가격이 상당히 비싸진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메뉴에 있는 음식을 그대로 고르긴 했습니다만, 팁을 포함해서 30$이상을 지불하게 되니 음식의 질에 비해 비싸게 느껴지더군요.
사실, 근처에 무언가를 먹을 식당은 많이 있었습니다. 아마 우리나라기준에서는 앉아서 먹는것을 식사라고 한다면, 30$이상의 비용을 부담한다면 다양한곳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독일에 사는 입장에서는, 보통 출장가거나 일정이 바쁠때는 늘 샌드위치를 먹고 하는 입장에서는 학회장에서 구입할수 있는 15$의 샌드위치는 너무 비싸 보이고, 걸어 나가서 사 먹을 수 있는 선택권이 대부분 20-30$에 달하는 치킨, 맥시코음식 (부스에 샐러드가 적혀 있긴 했었습니다), 피자등이 되다 보면 한두번은 몰라도 매일의 생활에서 어느정도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기름진맛, 단맛, 그리고 짠맛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음식은 저도 좋아합니다만, 매 끼니를 그렇게 먹어야 한다면 고개가 갸웃거리는 것은 사실이지요.
아마도 거기 주민들이라면 (당연한듯이) 차로 멀리있는 큰 마트에서 물건들을 사와서 큰 냉장고에 넣어서 살고 있을것이라 생각되기에 크게 이상할 문제는 아닙니다. 그런데 막상 독일에서 살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제법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이 있어요. 여기는, 사실 자동차가 필수인 동네도 아니고, 연배가 지긋하신 월급이 충분하신 연구원 부부인 분들도 늘 자전거타고 출퇴근하시고, 30년쯤 된 자동차를 몰고 다니곤 합니다. 지인들중에 부부가 모두 연구소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 집에는 자동차가 없습니다. 제가 알고지내는 정말 많은 소득이 제법 높은 분들도 딱히 좋은차를 끌고 다니지는 않습니다. 정말, 본인이 관심이 뭔지는 돈을 어디에 쓰는지 보면 알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인 시선을 많이 신경을 썼다는 생각이 있습니다만, 솔직히 여기서는 주거지, 자동차, 옷가지등에 의한 사회적인 시선에 대해 상당히 많이 자유스럽습니다. 솔직히 제가 알고 지내는 분들과 대화하다 보면 자신의 ‘급’에 맞는 자동차나 무언가를 구비한다는 개념 자체가 생소해 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미국에서 있으면서 묵은 호텔은, 하루 숙박료가 대략 200$수준인 2성호텔입니다. 거기 주차장에 들어있는 차량들은 단순히 미국 특징의 큰 차량만이 아니라, 정말 대부분의 브랜드의 비교적 젊은 차량입니다. 대중교통을 타고 움직이면서 LA근교의 교통체증에서 보이는 차량들은 조금 더 다양하긴 합니다만, 제가 살고 있는 독일에 비하면 훨씬 더 신형 차량들이 많이 보입니다. 그것이 제가 도착한 첫 날 미국의 인상이었습니다.
세번째 미국의 방문입니다만, 익숙치 않은 미국식 문화와 ‘식사 혹은 교통 등에 얼마의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가’에 대한 부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본문에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가장 저렴한 옵션의 경우에는 그 질적인 수준이 의심이 갈 정도의 수준이었던 것은 사실입니다만, 본격적으로 돈을 쓸거라고 마음먹게 되었을때의 선택의 폭은 또 달라보이는 사회적인 특징이 보이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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