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 입장에서 ‘프로’같은 분위기와 그 이미지에 대한 생각

최근에 다니던 대학병원 안과에서, 이제 컨트롤은 지역 안과에서 해도 된다는 진단을 받고 자유로워졌습니다. 그러면서 기존의 진료기록을 확보하여 왔는데, 그 속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들을 찾게 되어서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진단 내용들을 보면, 그 동안 의사와 면담하고 각종 기기를 통해 측정한 내용들이 간략한 약어로 적혀있습니다. 독일어 약어로 이루어진 내용이지만, 시대의 발달로 인해 ChatGPT가 이를 어느정도 해석해주었습니다. 읽으면서 그 당시 받았던 진료나 상담등을 떠올리면서 ‘프로’분위기라는 부분에 대한 생각들을 다시금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한 사람의 진료 기록, 특히 어떠한 질병을 판독하고, 치료한 다음 이후의 추적 기록이라는 것은, 연구자 입장에서보면 연구과제에 있어서 어떠한 한 관찰을 특정한 다음, 시간의 흐름에 따른 차이점을 기록에 남기는것과 비슷하게 여겨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점에 대한 느낌이나 생각보다는, 그 기록과 그 속에 들어있는 전문적인 지식/경험을 바탕으로 다음으로 넘어가게 되는 것은, 흔히들 생각하는 ‘프로페셔널’하게 일하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일반적인 연구자들이 다루는 샘플과 비교해보면 샘플이 말을 하는지, 혹은 말을 하지 못하는지. 샘플에 해를 끼치면 안되는지, 혹은 완전한 해체도 가능하고 검사하고 폐기해도 되는지의 차이점이 있긴 합니다. 스스로가 샘플이 되는 경험은 그 자체로도 제법 흥미롭지만, 무조건 좋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진료 정보를 보면, 의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부분들이 조금씩 다르고, 면담시 대화내용에 따라 적혀져있는 부분들이 제법 다릅니다. 예로들어, 예전 면담 기록을 보면 오랫동안 문서를 보거나 화면을 보고 난 다음에 안구건조증 증상이 있다는 것에 괄호로 어디어디 연구원이라는 항목이 적혀 있습니다. 최근에 받은 진료내용에서는, 지역안과에서 진료를 받고 있는지, 노안이 빨이 오는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는던지, 피로할때는 독서시에도 원시안경을 가끔 쓴다는것을 언급한것이 재미있었네요. 해당 내용들은 이전 의사랑 면담할때도 가끔 나온 내용이었지만, 실제로 기록에 남겨있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그외에 지난 몇년동안 받았던 진료와 면담마다, 중요한 수치와 그 소견이 남겨져 있고, 같은 의사가 아니라도 이후에 follow-up을 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습니다. 사람은 다르더라도, 그 지식/경험의 수련방법은 비슷하고 해석방법도 비슷하기에 가능한 부분이 아닐까 싶네요.

연구원인 입장에서, 이러한 부분들을 바라볼 때면 지난번 연구소의 환경과 지금의 연구소 환경의 차이점을 바라보게 됩니다. 사소한 것을 빼고 보면, 지난번 연구소에서 속한 그룹의 경우 기초과학과 이론에 대한 연구를 주로 수행했고, 토론의 분위기나 그 시간등을 보면 매우 길고 깊이 들어가서, 일반적으로 ‘프로페셔널’한 느낌이라기 보다는 그 시점에 지적 동기에 큰 영향을 받는 그러한 환경이 었습니다. 사실 이러한 배경속에서는, 연구소의 예산 책정과, 그 속에 연구자로서 (특히 종신계약되어 있는 PI들의 경우) 각 연구동기와 바라보는 시간적 단위가 함께 포함되어 있습니다.

반면에 지금 있는 연구소의 경우에는, 응용과학계통에서 재료공학에 해당되는 연구소로서, 연구소 자체는 주로 실험을 진행하고 (저의 경우에는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을 수행중에 있습니다), 매우 다양한 재료들과 프로젝트가 진행되다보니, 회의가 자주 있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회의시 토론의 분위기 역시, 지적 동기나 흥미로 인해 길어진다기 보다는, 비교적 짧고 그리고 주어진 방법론과 수치로 이해할수있는것을 비교적 기계적으로 짚고 넘어가는 것에 가까운 느낌을 자주 가지게 됩니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프로페셔널’한 느낌의 이미지에 가깝지만, 깊이있는 토론은 오히려 개인적인 단위로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고, 그룹 측면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시간자원을 효율적으로 구성하는데 관심이 있다는 느낌입니다.

학문을 하는 입장에서, 학문적인 동기 혹은 흥미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만, 연구를 사업이라는 방향으로 생각해본다면 현재 있는 연구소의 분위기가 이해되기도 합니다. 사실, 효율성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가는 것은, 학문을 학문적 동기 자체로 바라보기보다는, 연구를 직업적인 측면에서 바라보고 그것을 둘러싼 경제적인 요소와 관련이 깊다고 이해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병원의 진료기록을 바라보면서 바라보게 되는 ‘프로페셔널’한 느낌과 그 이미지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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