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글을 적는것은 정말 오랫만의 일인 것 같다. 원래 자주 글을 올리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혼자만의 다이어리식 글은 개인적인 공간에 꾸준히 적어오고는 있었지만, 근 1년이 넘는 기간동안은 모든 부분에 대해서 소홀했었던 것 같다. 쓸 만한 소재도 많았던 것을 생각해본다면, 일종의 매너리즘과 같은 상황이었던 것 같다.
기록이라는 것은 지금 당장 큰 의미로 작용하는 것 같지는 않다. 정확히 언제라고 할 수는 없는 그 시점에, 약간 사회와 동떨어져 이런저런 책을 읽으면서 글을 쓰기 시작하던것을 첫 계기로 시작해서 상당히 긴 시간동안 여러종류의 ‘나를 미래의 독자’로 가정한 글쓰기를 진행하였다. 생각의 정리를 위한 글쓰기의 이점을 경험하고 난 다음에 나는 생각을 정립하는 첫 걸음으로 하루에 한 토막의 글쓰기를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에 관련된 기록이 정리되지 않은채 옛 다이어리, 옛 블로그, 편지, 낙서들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필요할때 찾을 수 없는 기록은 어찌보면 적절한 기록이라 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글들은 나의 마음에 새긴 글이고 글 자체를 참고한다기 보다는 글을 쓰는 과정에 있어서 나의 생각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는 절차와 같은 그러한 글 이었던 것 같다.
습관처럼 한 토막의 글이 손쉽게 쓰여지는 시점이 되어서는 무언가 조금 더 ‘멋’있는 그런 글을 쓰고 싶었던 것 같다. 조금 길어지고 어디에선가 유명한 구절들을 가지고 오거나 스스로 괜찮다 싶은 구절들을 첨부해가며 매일매일 글을 쓰던 시절이 있었다. 이 때 인사처럼 연재하던 일종의 게시판과 같은 커뮤니티가 있었지만, 여전히 상호소통에 큰 의의를 두지는 않았던 것 같다. 지금봐서는 정말 엉망인 글이었지만, 그 시절에는 한 가지 꼭지에 해당되는 논지를 조금씩 진행해나가는데 대한 어떠한 즐거움을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2-3년가량의 시간이 흐른 시점의 나는 주로 남이 보기 힘든 개인 다이어리에 글을 쓰고 있었다. 단순히 내가 쓴 무언가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부끄럽다는 감정보다도, 내가 쓴 것들에 대해 스스로가 만족하지 못하던 시점이었던 것 같다. 진지하게 글쓰기를 공부할 생각이었다면 이 즈음에 글쓰기의 배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었을 것 같으나, 나에게 있어 글쓰기는 일종의 취미생활정도이고 이걸로 나의 전문성을 쌓을 생각은 아니어서 그런지 오히려 격식을 갖추는 글에 대해서는 소홀히 여겼었던 것 같다. 아울러 이러한 폐쇠적인 글쓰기의 성격상 여전히 닫힌 문 내의 글만을 쓰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무언가 쓴다는 것 자체에 대한 매너리즘이 찾아왔었던 것 같다. 글을 적어가는 과정동안 본인의 생각을 다듬어 나가는 즐거움이 있었던 반면에, 점점 바빠지는 일상생활을 쪼개가면서까지 무언가를 적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점진적으로 글쓰기 빈도는 줄어들게 되어있고, 마찬가지로 선택적 투고를 활용하고 있는 해당 블로그도 완전히 정지하게 되었다. 아마 이 때 즈음부터 나의 삶에서 지적 여유가 사라지기 시작했었던 것 같다.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분명하게 이야기하지만, 나에게 시간은 충분히 있었다. 나 자신을 잃어버리면서 돌아보지 못했던 그 시간은 나에게 단순히 글쓰기만 앗아간 것이 아니라, 나의 생산성 자체를 극단적으로 저하시켰다. 장기적으로 움직이는 나의 일들에 있어서 이는 치명적인 부분으로 다가 오게 될 것 같다.
최근 이런저런 출장 및 여행을 겪으며, 혼자만의 글쓰기를 다시금 시작하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혼자 제한된 공간에서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게 되면서 내가 잃어버렸던 부분들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여전히 글쓰기에 대해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서는 큰 발전은 없지만, 지금 당장 한 걸음씩 내딛어 본다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한번 상기하고 있다. 조금씩 초조해지는 마음을 다스리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그 순간에는 나 자신이 가질 수 있는 정식적인 인내의 영역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얻는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일들에 내가 쫓기지 않도록, 내가 가지고 있던 지적인 여유를 다시 확보할 수 있기를. 그러한 마음을 담아 오늘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딛는다.
Leave a Reply